글들/느낀생각

아프가니스탄

멀리가세 2007. 5. 29. 18:04

  생각 안할라고 해도 신문을 보다 보면 문득 문득 생각이 난다.
  탈레반이 무너지면 미국은 북부동맹과 전 국왕 무슨무슨 샤, 그리고
  몇몇 정치세력을 묶어 임시정부 비슷한 것을 만들 생각이란다.
  북부동맹은 자체 군사력도 있고 아프간 내에서도 자기 종족의 지지
  라는 정치기반도 있다. 따라서 언제 탈레반처럼 미국에게 총부리를 
  돌릴 지 모른다.  따라서 아프간을 안정적으로 지배(?)하기 위해서
  는 친미세력을 심어야 하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다. 그래서 생각해
  냈다. 전국왕 샤!

 

  일본이 항복해서 남한은 권력의 공백상태가 되었다. 여운형이 주도한
  건국준비위원회가 정부의 꼴을 갖춰 가고 있었고 임시정부의 환국이
  예정되고 있었다. 여운형은 중도좌익이었고 김구는 배타적이라고
  할 만큼 강고한 민족주의자였다. 여운형은 국내에, 김구는 중국내
  독립운동가들에게 굳건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에 의해
  남한정부수립이 주도될 경우 미국은 국물도 없다. 그래서 생각했다.
  친미세력을 심어야 하는데 어디 마땅한...
  그래서 생각해 냈다. 망명정객으로 벌써 수십년 동안 고국을 떠나
  있던 한 고집불통의 노인네. 젊은 시절 상징적인 독립운동 외에는
  이렇다할 경력도 없이 미국에서 배부르게 늙고 있던 한 노정객을.
  거기다 미국에 붙는 것 외에는 목숨 부지할 방법이 없는 친일파를
  지지기반으로 뚝 떼줬다.

 

  탈레반은 물론 봉건적인 정권이다.(내가 보기에 이슬람 정권 중
  일부만 빼고는 다 봉건국가다) 국민들이 민주변혁을 일으켜
  근대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반봉건의 의미에서만 본다면 북부동맹이
  보다 유의미한 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3세계의 문제는 항상
  강대국의 문제와 결부된다.
  미국이 아프간에 침략한 이유는 단지 "테러에 대한 응징"만은 아니
  라고 생각한다. 영국의 선지에선가 보도했듯이 그 근처 천연가스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려는 이유도 있을 것 같다. 또, 대표적인 반미
  국가인 이란과 핵보유국인 파키스탄, 그리고 잠재적 적대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견제처로 아프간을 확보하고자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
  여하튼 그들이 노리는 것은 아프간을 근대적인 자주적 민주국가로
  만드는 것이 아님은 확실하다. 

  앞으로 우리는 아프간 정국조각과정에서 북부동맹을 배제 내지는
  그들의 힘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친미세력을 심어가는지를 보게 될
  것 같다.(물론 영 여의치 않으면 북부동맹을 인정하는 마당에서
  가장 미국에 유리한 협약을 얻어내겠지만.)


  그 과정에서 어쩌면 우리는 미국의 힘을 배경으로 아무런 기반도
  없이 정권을 장악한 이승만의 모습을 계속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 재미있는 생각 : 아프간 국민들은 이번 전쟁을 미국과 탈레반의
  전쟁으로 볼까, 탈레반과 북부동맹의 전쟁으로 볼까, 그도 아니면
  탈레반 대 미국/북부동맹 연합의 전쟁으로 볼까?
  우리들 상식으로는 아프간 국토의 겨우 10%만 장악한 채로, 지금과
  같은 미국의 개입이 없었던 한 고사할 운명에 처해 있던 북부동맹이
  이번 전쟁의 일차적 담당자라고는 당연히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아프간 국민은? 물론 폭격은 미국이 매일
  했지만 직접 땅을 점령한 사람들은 북부동맹이다.
  한국전쟁에서도 폭격은 미군이 매일 했지만. 그리고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던 이상 북한에 의한 남한의 점령은 시간 문제였었던 상황에서
  (당시 낙동강 이동 지방만 이승만 정권하에 있었다. 이 지역은 전
  국토에 몇분의 일이나 될까?) 외국사람들이 볼때 이 전쟁은 북한과
  미국의 전쟁이었을까, 북한과 남한의 전쟁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북한 대 미국/남한 연합의 전쟁이었을까?
  (물론 다시 전선이 확대되어 중국군이 개입되기 이전까지 말이다)


  먹이의 숨통이 끊어지는 것 같자 여기저기서 승냥이들이 몰려든다.
  어찌될지 몰라 관전만 하다가 이제 더 늦추었다가는 국물도 없을 것
  같으니까 독일 승냥이, 프랑스 승냥이, 한국 승냥이가 평화유지군을
  보내겠다는 명분으로 슬금 슬금 아프간의 이권을 노리며 다가서고
  있다. 속보이게 유치한 제스처를 취하면서.

  러시아 승냥이는 애초에 개입했다. 처음에는 미국의 아프간 침공을
  반대했던 러시아는 미국이 아프간에서 군사적으로 성공, 친미정권을
  세울 경우 자신의 남부가 위태로워질 것을 우려, 일찌감치 개입함으
  로써 아프간의 정권이 친미일색으로 구성되는 것을 막으려는 속셈이
  었다. (미국과 러시아가 공동전투로 탈레반을 전복시켰을 경우,
  러시아도 그만한 지분이 생긴다. 이것도 또한 2차대전을 보면 안다.
  태평양전쟁을 직접적으로 수행한 것은 미국이다. 그러나 2차대전의
  막바지 일본의 관동군을 제압한 것은 소련군이다. 따라서 그 지분
  으로 북한에 대한 그들의 영향력을 확보했다.)

  21세기는 다른 세기가 될 거라고 불과 2-3년전에는 믿었는데
  19세기나 20세기나 강대국에게 놀아나는 약소국의 운명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2001년. 이전에 학교 동문모임 게시판을 옮기면서 그 이전에 있던 데이터가
모두 날라간줄 알았더니 한 친구가 모두 다운받아 두었다네. 거기서 얻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