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들/끄적여본시
게가 걸어간다
멀리가세
2008. 6. 3. 11:22
서역승 구마라집,
천재가 혈육없이 죽을까 안타까워
황제가 여자를 넣어 줬다네
의문이 생기네
옷벗긴 여자를 들이미는 것까지야
황제가 못할리 없겠지만
그 다음일
- 뭔가를 세우고 넣는 일 -
부터는 오로지
스님의 소관일진대
어찌 자식을 보았을까
황진이의 유혹에 넘어간
지족의 수양부족이냐
지계(持戒)와 파계(破戒)라는 것도
오로지 마음에 달린 일일뿐인
원효의 일체유심조냐
그도 아니면
수도승 접고 나는 학인(學人)이나 할라오
식의 일대전업이냐
일찌감치 더위가 찾아든 초여름
짙어질대로 짙어진
나무 그늘 아래서
잎새 사이로 반짝반짝 내리 쪼이는 대답들에
귀기울이고 있었지
어떤 핑계를 대든
비아냥댈 말이 떠오르건만
산들바람이 건들건들 옆걸음치며
던져 놓고간 이 대답 앞에서는
딱히 들이댈 말이 없었네
비도 오고
기분도 그렇고 해서
그냥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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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도 오고 기분도 그렇고 해서: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어떤 대중가요의 가사 한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