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들/끄적여본시

내내 밥줄 생각하다 어쩌다 한번쯤

멀리가세 2010. 11. 8. 12:01

 

오래 묵은 책

갈피에 바짝 마른

단풍

나뭇잎 꽂혀 있었다

붉다, 여전히

수십년 만에 본

햇살에 놀랐을까

화들짝 떨어지는

잎.

창문틈 새어드는,

기껏해야 애기 오줌 굵기 밖에야 더 못될 

바람에도 밀려

구르며,

간신히 추스르고 있던 팔이며 다리며

그예 모가지까지

툭툭 바스러뜨리고 마네.

 

    종이책이 사라질 거라는 전망은 옛 이야기.

    이미 전자책들이, 스마트폰이 종이책들을 뭉텅뭉텅 잡아 먹고 있으니

    요즘 책장수의 머리 속에는 종일 밥줄 생각뿐이었다나

 

궁상맞게 쪼그리고 앉아

나뭇잎의 파편을 맞춰 보았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도통 모르겠는,

구멍 뚫린 나뭇잎의 표정을

들여다 보고 있자니 떠오르네,

그 얼굴.

 

하나 된 건 없지만

나의 10대나, 20대에 스며있던

방황이거나 순수이거나 신념이거나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종착역이었을지 모를

그녀일랑 이제

 

엇다 

꽂아 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