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들/읽은시
다카르패션
멀리가세
2006. 6. 3. 00:50
<GEO> 2000년 3월호 기사 중 하나. <다카르 패션>.
오랫동안 서구에 패션의 영감을 제공해 왔던 아프리카가 서서히
스스로의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내용.
같이 수록된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아프리카 사람들은 참 색감이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햇빛이 많아서 그런가?
풍성한 햇빛 아래서는 온갖 사물들의 색깔이 온전히 드러날테니.
그러고 보니 햇빛 많은 또 한 동네-아메리카도 색이 아름답다.
갈라파고스의 짐승들, 안데스의 모직물, 인디오 여인들의 머리띠...
그리고 파블로 네루다.
나는 기억한다. 그 최후의 가을에...
파블로 네루다
나는 기억한다 그 최후의 가을에 네가 어땠는지.
너는 회색 베레모였고 존재 전체가 평온했다.
네 눈에서는 저녁 어스름의 열기가 싸우고 있었고,
나뭇잎은 네 영혼의 물 속에 떨어지고 있었다.
나팔꽃처럼 내 팔 안에 들 때,
네 슬프고 느린 목소리는 나뭇잎이 집어 올렸다.
내 갈증이 타고 있는 경악의 모닥불.
내 영혼 위로 굽이치는 히아신스의 부드러운 청색.
나는 느낀다 네 눈이 옮겨가고 가을은 사방 아득한 것을 :
회색 베레모, 새의 목소리, 그리고 내 깊은
욕망이 이주하는 집과도 같고
내 진한 키스가 뜨거운 석탄처럼 떨어지고 있었던 가슴.
배에서 바라보는 하늘. 언덕에서 바라보는 평원 :
너를 생각하면 기억나느니 빛과 연기와 고요한 연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