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지내다가 '그때 참 내가 잘못했어.'하는 생각이 느닷없이
들 때가 있다. 더욱이 그 일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매개를 통해서...
이를테면 이런 것들 - 봄날의 연두빛 버드나무, 인적없는 거리에서
집요하게 울어대는 성하의 매미, 세상을 포근하게 감싼 대설의 거리.
그 잘못한 일이란 것도 그다지 큰일이 아닐뿐더러 상대도 크게 개의치
않는 일인데 비단 자기 스스로만 아쉬워 마음에 담아 두는 경우가
대개이다. 한번 스며든 이 회한은 미열 같은 것. 자리 보전하고 누워
온몸에 열꽃 피우고 끙끙 앓는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병의 징후를
타전하며 일상의 행위를 교란한다.
엊저녁 문틈으로 새어 들어온 가을바람이, 2-3일전부터 급작스레
쌀쌀해진 가을바람이 또다시 내가 잘못한 몇몇 사람의 이름을 싣고
들어 왔다.
(2001년. 이전에 학교 동문모임 게시판을 옮기면서 그 이전에 있던 데이터가
모두 날라간줄 알았더니 한 친구가 모두 다운받아 두었다네. 거기서 얻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