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들/끄적여본시 53

봄기운

사촌형이 왔다. 어쩐일로 서울나들이를 다 했어요? 그냥 심심해서. 점심을 같이 했다. 더 심해졌다. 19년간 자신은 가브리엘로 살아 왔는데 5년전에 다른 이름이 스며들어 그때부터 카카멜라가 되었단다. 작년 11월 몇일인가부터 3일간 천지개벽이 일어나 세상이 싹 바뀌었단다, 아무도 몰랐겠지만. 아무튼 세상이 바뀌어 어둠의 시대가 가고 빛의 시대가 왔단다. 자신의 발병원인이 접붙여 태어난 자식이어서 인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믿을 이 없을 줄 알고 일체 발설치 않고 살다가 작년에서야 때가 왔다 느끼고 큰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크게 깨달으시는 모습이었단다. 접붙여 태어났다는 게 도무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건만 그 말뜻을 알아들은 큰아버지는 올초 치매로 요양원에 들어가셨다.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얘기를 식사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