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째날, 11월 29일 이스탄불
블루 모스크(술탄 아흐멧 자미)의 내부는 이즈닉 타일을 온통 붙여 놓아서 장식미와 푸른 색채가 빼어났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너무 요란하고 어수선하기도 했다. 반면 이 사원은 복잡성을 피하고 내부 아치에 붉은 벽돌과 노란 벽돌, 또는 잿빛 벽돌과 노란 벽돌을 교차시키는 단순성을 보여주면서 기둥 사이에 문양벽돌을 채워 놓는 정도의 장식만을 덧붙였다. 이런 구성이 효과적으로 벽의 면을 살리게 됨으로써 전체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갖게 하였다. 내가 보기에는 블루 모스크보다 훨씬 단정한 아름다움을 주었다.
성 소피아 성당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원래는 동방정교회 성당이었다가 오스만 제국 시절 이슬람 사원으로 쓰였단다. 소피아성당과는 달리 오스만 시절에 덧칠해 놓은 회칠을 모두 벗겨 비잔틴제국때 장식된 내부 모자이크와 그림을 모두 복원해 놓았다. 작은 건물이었지만 그 그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었다. 단순히 도록에서 비잔틴 벽화나 천정화를 보면 딱히 큰 감흥없이 그저 양식적인 그림이구나 하고 넘어갔었는데 직접 그 앞에 서보니 알겠다, 왜 이런 그림이 필요했었는지. 르네상스 이후의 사실적인 성화와는 달리 패턴화된 선묘와 모자이크식 조각붙임을 통한 색면 중심의 화려한 화면 구성은 실제 인간계와는 다른 차원의 세계를 신자들에게 각인시키는데 그지없이 효과적인 방법이었으리라.
창문, 혹은 문의 안팎은 기억과 현실의 이편 저편이리. 이 찻집은 어찌보면 남한강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찻집과 그리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전설이 있다는 것이리라.
"프랑스의 작가인 로티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평생 이곳에서 그녀를 그리워 하면서 살았더래요."
패키지 여행 때의 가이드가 전해준 이 얘기를 길잡이 삼아 우리 일행은 여기까지 왔던 것이다. 동행 셋이서 차 한잔씩을 마시고 창문 밖을 바라보며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다 다음 행선을 재촉했다. 문을 나서자 야외 카페의 난간에 기대 멀리 골든 혼(혼만)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는 노신사가 보였다.
저녁에 우리는 소주 한잔을 꺾으며 지근지근 스며나는 지난 사랑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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