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도록/나라안

내 눈에 들어오는 문화재들

멀리가세 2006. 10. 22. 20:59

 

  얼마전 왕건상을 비롯한 북한 유물 몇 점이 남한에서 전시되었다. '이야, 우리에게 저런 것도 있었네'하는 탄성이 절로 났다. 동시에, 분단으로 우리는 역사유물에 대한 이해와 향유에서도 반토막이 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물론 전문가들은 북한의 유물들을 알고 있었겠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아직 매우 낯설고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내 직업의 특성을 살려 입수되는 도록중 우리가 잘 모르는 북한이나 만주 지역의 유물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 모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생각만 있고 몸이란 놈이 별로 뒷받침을 안해줘서 어기적거리고 있는데 이런 태만을 채찍질하기라도 하듯 며칠전에 도록이 한권 들어왔다. 프랑스 기메박물관이라는 곳에 있는 한국유물들을 정리해 만든 도록이었다. 대부분 구한말과 일제시대때 일본인들이나 서양인들에 의해 구입된, 또는 유출된(솔직히 그 당시 상황에서 구매와 유출, 약탈의 거리가 멀면 얼마나 머랴) 유물들이었다. 나같은 문외한이 봐도(윽, 나같은 문외한이 봐서인가), 요샛말로 '착한' 것들이 그득했다. 

  '제국의 돈깨나 있는 사람들이야 보는 눈이 있으니 아무래도 착한 것들을 주로 집어 갔겠지, 어쩌면 국내에 남아 있는 것들이 쭉정이들일지도 몰라.'

  아깝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일어난 이 두가지 사건으로 인하여 갑자기 '잊혀진 문화재'에 대한 애정이 불끈 솟았다. 그래, 시작하는 거야. 내 어찌 이 통탄할 일을 외면할 수 있으리! <알바고양이 유키뽕>의 주인 아케미처럼 시작은 잘해도 마무리를 못하는 내 성격이 무척 걱정되기는 하지만, 아무튼 일단 발을 담그고 시간 되는대로 자료를 모아보리라 결심했다.

 

  막상 자료를 모으려고 보니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이전에 잘 안알려진 것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면 그 폭이 내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 넓을테니. 전문가들은 유물의 미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역사적 의미나 희소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판단을 하겠지만 나야 그런 안목이 있을리 없으니...

  달리 방법이 없네. 그냥 내 눈에 보기 좋은 것을 고르는 수 밖에. 하긴 몰라서 고정관념이 적은 눈으로 유물을 보면 오히려 너무 잘 아는 눈으로 보아서 잡아낼 수 없는 뭔가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지.

 

  서설이 길어졌군. 자, 이제부터 나의 컬렉션을 꾸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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