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루 연인
트로트 가사가 꽂히는 마흔살 언저리.
세계라든가, 사람이라든가,
하물며 사랑까지도
말[言] 밑에 감출 수밖에 없었던
날들의 노래들은,
십년이 다되도록 끝을 못본
보들레르의 시집 사이에서
바싹 바싹 말라 가고 있었다.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여자의 마음은 갈대랍니다
...
꿍짝거리는 차창 너머로
착 들러붙은 한쌍의 남녀를 태운
중국집 오토바이가 휙-
하니 지나간다.
배달통엔 고함치듯 큰 글자,
'진짜루'
의심하는 내 눈초리를
빠라빠라빠라밤
비웃고
머슥해진 트로트 사이를
미끄러지는
진짜루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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