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들/끄적여본시

진짜루 연인

멀리가세 2008. 3. 13. 12:34

진짜루 연인

 

 

트로트 가사가 꽂히는 마흔살 언저리.

 

세계라든가, 사람이라든가,

하물며 사랑까지도

말[言] 밑에 감출 수밖에 없었던

날들의 노래들은,

십년이 다되도록 끝을 못본

보들레르의 시집 사이에서

바싹 바싹 말라 가고 있었다.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여자의 마음은 갈대랍니다

...

 

꿍짝거리는 차창 너머로

착 들러붙은 한쌍의 남녀를 태운

중국집 오토바이가 휙-

하니 지나간다.

 

배달통엔 고함치듯 큰 글자,

'진짜루'

 

의심하는 내 눈초리를

빠라빠라빠라밤

비웃고

 

머슥해진 트로트 사이를

미끄러지는

진짜루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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