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들/일상

물고기

멀리가세 2006. 6. 4. 22:34
 

어린시절 삼촌과 곧잘 밤낚시를 갔었다. 냇가에 불쑥 랜턴을 비추면 도약하는 물고기들의 비늘이 하얗게 반사되곤 했다.

택시 안은 어두웠다. 반대차선의 차들이 내쏘는 헤드라이트 불빛만이, 술에 취해 내 무릎을 베고 누운 그녀의 머리카락에 순간순간 떨어졌고 파문처럼 흘러 내렸다. 다섯 손가락 사이사이에 그녀의 머리카락을 끼우고 조심스레 쓸어 올렸다. 손끝에 그녀의 볼살이 느껴졌다. 차가 흔들리면 다시 머리카락이 흘러내리고 나는 다시 쓸어 올렸다.

그때마다 나의 손가락 사이에선 물고기 한 마리가 튀어 올랐다.

 

 

 

  (1999년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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