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들/일상

멀리가세 2006. 6. 8. 00:33

  집마당에 감나무 한주 있다. 오늘 감을 땄다. 예년보다 배도 더 되는 수확이 있었다. 작년에 아버지께서 가지를 쳐준 것과, 어머니께서 낙엽과 네 마리나 되는 우리 집 개들의 똥을 모아 만든 거름을 뿌려준 것이 즉빵 효과를 나타낸 것이리라. 나는 풍성한 결실에 별반 동참하지도 않았으면서 염치없게 파란 하늘 아래 붉게 익은 감의 서정을 가을 내내 만끽했던 것이다.


  삶의 정직성과 경건성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누가 주식해서 얼마 벌었다. 누가 무슨 사업해서 얼마 벌었다 하는 말에 쉬이 솔깃해지는 내 얇은 귀에도 감이 익는 소리가 들리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가끔 그 소리 들으면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논두렁의 흙처럼 상쾌하다.

 

 

  (1999년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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