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들/끄적여본시

한밤의 글쓰기 (편린)

멀리가세 2006. 6. 4. 17:37
 

한밤의 글쓰기



편지지를 앞에 두고 꼬박 밤을 세웠다.

해야 하는 말을 찾아 그밤내내 나는

너를 뒤적이고 있었다.

얇은 책자였다고 생각했는데 넘겨도 넘겨도 끝나지 않고

이러다간 우리가 만난 만큼의 시간이 걸려야

다 넘길 수 있지 않을까 더럭 겁이 났다.

밑줄을 그어대며 읽었던 너는 어디에도 없고

행간의 여백들이 스물스물 기어 올라 글자들을 잡아 먹는다.

인용구를 잃어버린 펜은 바르르 떨며 뚝뚝 잉크를 흘린다.

제길, 너는 누구지?

그 물음으로 매번 다시 시작되는 나의 편지.


세포와 세포 사이의 공간을 넘나드는, 한밤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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