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글쓰기
편지지를 앞에 두고 꼬박 밤을 세웠다.
해야 하는 말을 찾아 그밤내내 나는
너를 뒤적이고 있었다.
얇은 책자였다고 생각했는데 넘겨도 넘겨도 끝나지 않고
이러다간 우리가 만난 만큼의 시간이 걸려야
다 넘길 수 있지 않을까 더럭 겁이 났다.
밑줄을 그어대며 읽었던 너는 어디에도 없고
행간의 여백들이 스물스물 기어 올라 글자들을 잡아 먹는다.
인용구를 잃어버린 펜은 바르르 떨며 뚝뚝 잉크를 흘린다.
제길, 너는 누구지?
그 물음으로 매번 다시 시작되는 나의 편지.
세포와 세포 사이의 공간을 넘나드는, 한밤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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