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들/끄적여본시

선착장에서 (편린)

멀리가세 2006. 6. 18. 16:45
 

선착장에서




꿈 깨어 보니

도무지 알 수가 없더군


눈빛 부라리며

번득이는 이빨로 숨통을 조이던

사자가 나였는지

착한 눈 씀벅이며

마지막 숨 달게 들이키던

사슴이 나였는지


또한 통렬했었고

또한 두려웠으니


동전을 던져 결정할 수도 없는

이 곤혹스런 일 앞에서

종일토록 서성이고 있자니

등뒤로부터 누군가 나를 껴안는다


아, 선창에 매어 둔 종이배 한 척

 

 

 

(2000년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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